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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진짜 너무 덥다, 이 지독한 더위를 깨뜨릴 조건

열돔과 태풍

진짜 너무 덥다. 이제는 짜증이 날 지경이다.

잠깐 밖에 나갔다 오면 옷이 젖는다. 샤워를 해도 금세 다시 땀이 난다. 밤이 돼도 공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면 잠시 시원해진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다시 찜통이다. 태풍 소식이 들리면 이번에는 더위가 끝날까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여름 폭염은 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뜨거운 공기를 한반도 위에 붙잡아 두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열돔’이 약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 덥다, 열돔이 버티는 이유

열돔이라고 해서 실제로 투명한 돔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워진 상태를 열돔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폭염은 서로 다른 높이에 있는 두 고기압이 겹칠 때 더 오래갈 수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한다. 그보다 높은 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겹쳐 들어올 수 있다.

두 고기압 사이 갇힌 뜨거운 공기

여기서 위와 아래는 북쪽과 남쪽이 아니다. 대기의 높이를 뜻한다.

  • 중·하층 북태평양고기압: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보낸다.
  • 상층 티베트고기압: 높은 하늘에서 따뜻한 공기층을 유지한다.

쉽게 말하면 아래에서는 더운 공기가 계속 들어오고, 위에서는 따뜻한 고기압이 버티는 구조다.

두 고기압이 함께 강하면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위에 오래 머무르기 쉬워진다.

고기압이 자리한 곳에서는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도 나타난다. 내려오는 공기는 압축되며 더 따뜻해진다.

구름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낮에는 강한 햇볕이 도로와 건물을 그대로 달군다.

밤이 되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 동안 저장한 열을 다시 내보낸다. 공기까지 덥고 습하면 밤사이 기온도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낮의 폭염이 밤의 열대야로 이어진다. 밤에 식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날 다시 햇볕을 받으니 더위가 계속 쌓인다.

열돔이 깨진다는 것은 두 고기압 중 하나가 약해지거나 자리를 옮겨,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갈 틈이 생긴다는 뜻이다.

소나기는 왜 잠깐뿐일까?

당장 더위를 식혀주는 가장 빠른 변수는 구름과 소나기다.

구름이 햇볕을 가리면 기온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진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주변 공기도 잠시 식는다.

문제는 소나기가 좁은 지역에 짧게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 동네에는 비가 쏟아져도 바로 옆 지역에는 햇볕이 내리쬘 수 있다. 비가 그치면 다시 기온이 오른다.

습도도 높아진다.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실제 기온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소나기는 폭염을 끝내기보다 잠깐 쉬게 해주는 변수에 가깝다.

지역에 따라 바닷바람이 불거나 강한 비바람이 지나가면 더 시원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주변 지역의 체감 더위를 잠시 낮추는 변화다.

한반도 전체를 덮은 폭염 구조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태풍이 오면 더위가 끝날까?

태풍은 소나기보다 훨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넓은 지역에 구름과 비를 만들고 강한 바람도 불러온다. 주변 고기압을 밀어내며 열돔의 구조를 흔들 수도 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면 더위가 며칠간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태풍이 항상 반가운 변수인 것은 아니다.

태풍이 한반도에서 멀리 지나가면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만 우리나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바람이 산을 넘어오면서 더 뜨거워지는 지역도 생긴다. 태풍이 다가오는데 오히려 더 더워지는 경우가 있는 이유다.

태풍은 더위를 끝내는 해결사가 아니다.

열돔을 흔들 수도 있고, 덥고 습한 공기를 더 끌어올 수도 있다. 실제 영향은 태풍이 어느 길로 지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열돔을 깨뜨릴 조건

두 고기압의 겹침이 풀려야 한다

열돔이 약해지려면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함께 버티는 구조가 흔들려야 한다.

티베트고기압이 약해지면 상공의 따뜻한 공기가 흩어진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 유입도 줄어든다.

둘 중 하나라도 약해져 겹침이 풀리기 시작하면 저기압과 비구름, 선선한 공기가 들어올 틈이 생긴다.

상층 기압골이 들어와야 한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굽으면 주변보다 찬 공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이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기압골이 들어오면 상공의 고기압이 약해지고, 구름과 비도 발달하기 쉬워진다.

태풍이 이 흐름을 도울 수는 있지만 필수 조건은 아니다.

넓고 오래가는 비가 필요하다

소나기보다 저기압이나 전선이 만든 비구름이 더 큰 영향을 준다.

넓은 지역에 구름과 비가 이어지면 햇볕이 며칠 동안 약해진다. 뜨거워진 도로와 건물도 식을 시간을 얻는다.

그래도 비만 많이 내린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비가 그친 뒤 다시 덥고 습한 공기가 들어오면 폭염도 돌아온다.

폭염이 끝났다는 신호

비가 한 번 내렸다고 폭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낮과 밤의 날씨가 며칠 동안 함께 달라져야 한다.

  • 낮 최고기온이 며칠 연속 내려간다.
  • 밤 기온이 떨어져 열대야가 끊긴다.
  • 비가 그친 뒤 습도도 낮아진다.
  • 남쪽의 더운 바람 대신 북쪽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 고기압이 물러나고 저기압이나 전선이 이동한다.

특히 밤공기가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낮 기온이 조금 내려가도 밤까지 더우면 몸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 아침 공기가 선선해져야 더위의 흐름이 실제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반가운 예보는 단순히 “비가 온다”가 아니다.

고기압이 물러나고, 비가 지난 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온다는 예보다.

그때가 돼야 이 지독한 더위도 한풀 꺾인다.

그 전까지는 소나기를 만나도 잠깐이다.

그래도 너무 덥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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