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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청문회, 왜 ‘배려 문자’만 기억에 남았을까?

정몽규-청문회
정몽규-청문회

12시간이다.

축구 한 경기도 아니고, 국회에서 축구협회 얘기만 12시간 넘게 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도 나왔고,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도 나왔다. 협회 주요 관계자들도 줄줄이 증인석에 앉았다.

이 정도면 궁금했던 부분이 상당히 풀렸을 것 같다.

그런데 청문회가 끝난 뒤 사람들 머릿속에 남은 건 감독 선임 절차도, 협회 개혁안도 아니었다.

‘배려 문자’ 한 통이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정몽규 청문회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고, 왜 문자 한 통이 모든 쟁점을 덮게 됐을까.

월드컵 탈락 뒤, 미뤘던 문제가 다시 나왔다

청문회의 직접적인 계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었다.

대표팀은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명보 전 감독과 정 전 회장을 향한 책임론도 커졌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월드컵에서 못해서 열린 청문회’로만 보면 이야기가 너무 짧아진다.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은 2024년부터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는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그리고 협회 운영 전반의 문제가 지적됐다.

감독은 대체 누가 고른 건지, 정해진 절차는 제대로 거친 건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 건지.

축구팬들이 계속 답을 원했던 부분이다.

월드컵 탈락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었다. 이미 쌓여 있던 문제가 다시 터진 계기였다.

그런데 정 전 회장은 대표팀이 16강에 갔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물론 성적이 좋았다면 분위기는 달랐을 수 있다.

정 전 회장은 성적이 청문회를 앞당긴 계기였다는 쪽에, 비판하는 쪽은 성적과 별개로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사과는 있었고, 책임을 두고는 입장이 달랐다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도 했다.

이후 질의는 구체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범위로 이어졌다.

누가 감독 선임을 주도했는지, 절차에 문제는 없었는지,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면 답변은 다시 원론적으로 돌아갔다. 정 전 회장은 홍 전 감독 선임이 적법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50억 원 기부 약속도 나왔다.

정 전 회장은 4선에 도전하면서 축구종합센터 완공을 위해 5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도 이행되지 않았다.

클린스만 전 감독 위약금을 정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애초에 선임 절차가 잘못됐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과의 표현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선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다 카메라에 문자 한 통이 잡혔다

청문회가 끝난 뒤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장면은 질의응답 중에 나온 게 아니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서 나왔다.

윤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정 선배’의 연락을 언급하며, 더 배려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정 전 회장은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답했다.

청문위원이 증인에게 ‘배려’를 언급한 점 때문에 문자는 곧바로 논란이 됐다.

정 전 회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아는 사람을 통해 의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려 했다는 취지로도 답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 선배’의 신원으로 옮겨갔다.

청문회 당시에는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윤 의원은 다음 날 정 전 실장이 아니라 자신의 부여고 일반인 선배라고 해명했다.

그 선배로부터 질문을 너무 세게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전해 들었지만, 실제로 봐주기 질의를 하지는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지금 나온 자료만으로는 ‘정 선배’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질문 수위를 낮춰 달라는 취지의 부탁이 전달됐고, 청문위원과 증인 사이에 배려를 언급한 문자가 오갔다는 점까지 확인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정 선배’가 누구냐는 추리와, 청문회의 공정성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쟁점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문자만 보다가 놓치면 안 되는 장면들

문자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인사 검증과 심판 행정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먼저 이민성 U-23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다.

청문회에서 이 감독의 2008년 음주운전 사고와 현장을 벗어난 전력이 거론됐다. 정 전 회장과 이용수 부회장은 선임할 때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함께 드러난 건 협회의 지도자 결격 기준이었다. 음주운전과 같은 교통범죄는 해당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전력을 몰랐다는 답변과 별개로, 중요한 대표팀 직책을 선임할 때 무엇을 확인할지가 기준에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새로운 쟁점이 됐다.

심판 행정도 나왔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K리그 심판 배정과 오심, 국제심판 육성, 협회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선거 개입 의혹은 본인이 부인했다.

답변 태도와 의원들과 언쟁하는 장면까지 논란이 됐지만, 본질은 태도만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심판을 어떻게 육성하고, 심판 행정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이었다.

감독 선임, 지도자 검증, 심판 행정, 협회장 선거.

각기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끝에서는 하나로 연결된다.

결국 협회의 원칙과 절차가 각 영역에서 충분히 작동했는지라는 공통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12시간 청문회가 남긴 것

청문회가 선명한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를 증인들의 답변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일부 의원의 질문도 아쉬웠다. 어떤 질의는 구체적인 자료보다 호통에 가까웠고, 어떤 질의는 협회 구조보다 경기 전술 얘기로 흐렀다.

자료를 놓고 하나씩 확인하기보다 호통과 원론적인 답변이 부각되면서, 청문회 본래의 목적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자 한 통이 가장 큰 후속 이슈가 됐다.

하지만 그 문자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축구협회를 향한 오랜 불신의 핵심은 ‘정말 규정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적으로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사적인 연락과 배려가 언급된 문자가 공개됐다. 이는 청문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다시 따져 묻게 만든 장면이 됐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더 무례했는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감독 선임 과정은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지도자 검증 기준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심판 행정의 독립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러 영역에서 절차와 기준의 문제가 함께 거론된 만큼, 특정 인물의 교체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몽규 청문회를 ‘정 선배’가 누구냐는 논란으로만 기억하면, 이날 나온 제도적인 쟁점들은 다시 묻히게 된다.

다음에는 누가 회장이 되고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결정 과정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을까.

청문회 뒤에 남은 질문은 여기에 가깝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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